허 부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레고켐바이오와 접촉이 이뤄져 김용주 대표와 신속하게 딜을 추진하게 됐다”며 “앞으로 김 대표하에 자율 경영, 연구개발(R&D) 체제를 유지하고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암 치료제 분야에서도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 치료제는 급부상하고 있는, 규모가 큰 시장”이라며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좋은 기술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해 세계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오리온이 기여하겠다”고 했다.
레고켐바이오 인수는 허 부회장이 추진해 온 3대 신사업의 완결판이라는 평가다. 이마트 대표를 지낸 허 부회장은 2014년 오리온에 합류한 직후 건설 등 부진한 사업을 차례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간편대용식, 음료, 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3대 신사업 중 간편대용식 시장 진출은 2018년 ‘마켓오네이처’를 선보이며, 음료 시장 진출은 2019년 프리미엄 생수와 단백질 드링크를 내놓으며 어느 정도 토대를 닦았다.
2022년 11월에는 그룹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 산하에 오리온바이오로직스도 설립했다. 오리온홀딩스와 국내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업체인 하이센스바이오가 각각 60%, 40%의 지분을 투자했다. 그해 말 그룹 신사업 발굴을 총괄했던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면서 바이오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후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 인수에 나섰지만, 작년 7월 막판 협상 결렬로 무산됐다.
오리온은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바이오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바이어 기업들이 꼽는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유통망 확보다. 이 때문에 오리온이 막강한 유통 인프라를 앞세워 다수의 바이오 기업과 협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리온은 1993년 중국 제과 시장에 진출했다. 30여 년간 쌓아 온 유통망과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바이오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계획대로 사업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화그룹은 2010년 한화케미칼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나섰다가 판매 부진으로 6년 만에 철수했다.
하헌형/전설리/차준호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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